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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주년 연속기획: 자! 이제는] 후진 선거풍토 바꿔야 선진 리더 나온다(2)

2014년 6.4 지방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선거는 제주의 새 시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하지만 우리 제주의 선거문화, 풍토는 여전히 과거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혈연.학연.지연의 굴레에 갇혀 있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구태정치와 편싸움 논리만 춤을 추고 있습니다. <제이누리>가 창간 2주년 특별기획으로 새로운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우리 선거문화의 과제를 연속 시리즈로 진단했습니다. 편집자 주 

 

 

그동안 갈고 닦은 구상 펼쳐보려 했건만...

 

강모씨는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씁쓸한 얼굴을 지었다. 때는 2002년 1월 초. 새 임원진이 출범한 고교 동문회 모임에 참석하러 갔다가 그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다. 동문인 A씨가 제주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기에 “무조건 돕는다”는 결의를 다지는 행사로 모임이 돌변했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그 친구가 무슨 생각으로 시장출마 결심을 했는지도 이해할 수가 없을뿐더러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었기에 고교동창이란 이유만으로 무작정 돕자는 그 자리의 결론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을 내비치자 그는 한동안 동창들 사이에서 거의 ‘왕따’가 되다시피했다.

 

A씨는 이후 시장 출마 자체가 무산됐지만 그 일로 해당 고교동문들 사이는 한동한 서먹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마을모임이나 문중모임도 잦은 제주사회지만 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 각종 마을회나 친족모임은 더 활발해진다. 물론 특정지역이나 혈연집단에서 후보가 있을 경우엔 지연·혈연모임은 더 조직적으로 변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정고교 동문들의 조직력을 빗대 ‘○○당’, 특정지역의 ‘묻지마’ 몰표성향을 의식해 ‘○○패거리’, 특정 씨족가문의 선거판 결집력을 상징하는 ‘○씨 패밀리’란 용어는 이미 제주사회 선거판에서 통용되는 기본변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특정 성씨 가문을 겨냥해 “‘○씨 며느리회’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고교 동문’들은 ‘~고교 동문’ 후보를 밀기 위한 2중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선거 때마다 불거진다.

 

혈연·지연·학연을 매개로 오로지 선거판 승리만을 노리는, 끊임없는 이합집산이 벌어지는 현상인 것이다.

 

혈연, 학연, 지연으로 얽힌 사회...명단 정리하느라 세월

 

“솔직히 출신지역과 혈연관계, 특정 고교 학맥을 아우르지 않는다면 선거 승리는 고사하고 선거판에 뛰어드는 것조차 어렵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밝힌 K씨는 고충을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제주의 미래를 놓고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되묻고 주변의 의견을 들어가며 출마 쪽으로 마음을 잡자 그 이후부턴 제주의 미래를 위한 아이디어나 정책을 거론할 공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혈연·학연·지연은 물론 각종 자생단체와 모임 등에 수도 없이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고, 그 자리에서 ‘제주를 바꿀 정책’을 화두로 삼는다는 건 한마디로 자폭행위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손을 맞잡고 미소만 지어야 할 뿐 ‘개혁’ 운운하며 정책문제를 거론하면 괜한 오해나 사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는 것이다.

 

 

그의 주변에서도 그가 그렇게 하도록 거들었다. 잦은 술자리와 경조사, 체육행사 등에 들러 그저 이름을 알려야 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 더불어 그는 “마을이나 고교모임 등의 환심을 사야할 처지이기에 정책적 구상이니, 아이디어 이런 건 입도 벙긋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

 

내년 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C씨는 “선거에서 당선자를 뽑는다는 건 교육감이라면 우리 제주교육자치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 지, 또 어떤 문제의식을 갖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적임자를 가리는 것인데 막상 선거판을 보면 무슨 지역과 씨족, 고교동문 간 자존심 싸움판 같은 느낌이 든다”며 입을 다셨다.

 

신념과 정책 꺼내봐도 뉴스판엔 ‘아니면 말고’식 소설·추측성 보도만 난무

 

그는 특히 “교육감 선거판에선 ‘어느 고교동문 그룹이 유리하다’, ‘이번에도 숫적 우위인 초등출신에서 교육감을 먹을 것’이라는 말이 흔하게 나온다”며 “그 그룹에 속하지 않은 입장의 후보는 이미 출발선부터 다른 것”이라며 현실을 개탄했다.

 

또 다른 교육감 후보인 D씨는 “후보를 놓고 뭍지방에서처럼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라는 식의 이념·정책갈등으로 선거판이 간다면 차라리 낫다란 생각이 든다”며 “솔직히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런 식의 패싸움판으로 흐르진 않는다”고 혀를 찼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한 인터넷 언론은 특정고교 특정 횟수의 각계각층 수장이 되거나 높은 자리에 오른 걸 놓고  '특정학맥'의 약진으로 보도해 한동안 눈총을 사기도 했다.

 

내년 선거에서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E씨는 “후보가 구태를 아무리 벗어나고자 해도 유권자들이 인맥 중심으로 줄을 세우고, 언론이 정책구상과 아이디어는 도외시하고 오로지 경마 게임을 보듯 각종 집단을 선거판 세싸움으로 도식화한다면 결국 제주사회에 곪을 대로 곪은 구태정치의 악순환은 반복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제주 선거문화 혁신을 위한 새로운 풍토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일갈했다.

 

전 한국지방정치학회 회장인 박재욱 신라대(행정학)교수는 “민주주의 사회를 결정하는 선거는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의 의식에 성패가 달려 있다. 선거가 정책과 공약을 논의하는 공간이 아니라 고작 혈연·지연 등의 1차 집단 간 세싸움의 공간으로 변질된다면 그로부터 얻은 결과의 폐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부머랭이 돼 돌아간다. 그게 민주사회 선거제도의 정당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성철.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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