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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서귀포 신월동촌 쑥대밭 사연은?(1)..."황당한 공사굉음 들리더니"

 

[연속기획-신월동①] 14일 오후 4시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 고근산 아래 신월동촌 모 공동주택 단지 공사장.

 

빛이 바래가는 회색 철재 울타리가 5959㎡(개발면적)를 둘러싸고 있다. 그 울타리 위로는 울타리를 받친 파이프가 솟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공사장 출입문은 안쪽에서 굳게 잠겨 있었다.

 

공사장 입구에서 약 70여m가량 자갈로 공사장 진입로를 만들어 놨다. 그 외에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잡풀들이 우거져 있었다. 입구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곳부터는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한편에는 공사장 사무실 용도로 보이는 컨테이너 박스 1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소나무 숲과 인접한 곳은 배수지가 있었고 배수지 주변으로 철망으로 된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공사장 곳곳에는 약 40cm 가량의 빨간색 나무 말뚝이 박혀 있다. 공사를 진행하기 위한 표시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말뚝은 길게 자란 잡풀로 인해 제대로 찾아 볼 수 없었다.

 

몇 개의 낡은 삽과 인부들이 쓰다 버린 장갑들이 공사가 수개월째 멈춰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 보니 제주올레 7-1코스로 사용됐던 길이 보였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돌담이 쳐져 있었고, 돌담 너머 가파른 언덕은 삼나무와 소나무 숲이 형성돼 있었다.

 

삼나무 숲과 소나무 숲 사이의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고근산 산책로 앞 도로가 나왔다. 도로와 오솔길 사이에는 나무와 밧줄로 막아 놓았고 제주올레 안내 푯말이 박혀 있었다. 푯말에는 ‘올레길 코스 변경으로 인하여 7코스를 2013년 5월16일부터 일시 통제합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공사장은 서귀포시 앞바다를 향하고 있다. 뒤쪽은 고근산이다.

 

공사가 멈춘 지는 1개월이 다 돼간다. 그리고 그 옆에 사는 몇 안 되는 마을주민들도 이 공사와 관련해 격앙돼 있다.

 

왜 공사가 멈췄을까? 그리고 왜 마을주민들은 단단히 화가 났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월동촌은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조그만 마을이다.

 

명당이라고 할 만큼 그야말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조건이 갖춰진 마을이다. 정면으로는 서귀포 신시가지와 월드컵 경기장, 그리고 범섬을 비롯한 강정 민군복합항 등 서귀포 앞바다가 한눈에 펼쳐진 곳이다. 게다가 뒤쪽으로는 제주올레 7-1코스가 지나는 고근산이 있다.

 

과거 이곳은 수풀과 고목이 우거진 그야말로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그러더니 최근 몇 년 사이에 주택이 한두 채 들어서더니 조그만 마을이 형성됐다.

 

 

그런데 그렇게 조용했던 조그만 마을이 최근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인근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다.

 

마을에 위험물 시설이나 혐오시설, 공장 등 기피시설도 아닌 주택이 들어서는데 왜 주민들이 화를 내는 것일까? 일부 주민들은 물어보는 말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야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 사는 김모씨가 마을을 찾았다. 그는 마을 주민들에게 서호동 1430-1번지의 주인이라며 별장을 짓고 살고 싶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딱히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조용한 제주의 시골에서 살고 싶어 하는 서울사람’ 정도로만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공사 소식은 없었다. 가끔 김씨가 찾아와 땅을 보고 돌아갔을 뿐이다.

 

그러던 중 느닷없이 지난 2010년 김씨가 신월동촌 K씨를 찾아왔다. 김씨는 K씨에게 K씨의 주택 앞마당(1422-1번지)을 사고 싶다고 했다.

 

이 땅은 김씨 소유의 땅 1430-1번지와 도로를 잇는 중간에 위치한 곳이다. K씨는 선선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김씨는 또 다시 소식이 없었다.

 

 

문제는 올해 5월에 터졌다.

 

5월 어느 날 갑자기 굴착기가 나타나더니 1430-1번지의 땅을 파기 시작했다.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당초 김씨가 짓겠다는 별장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K씨가 팔겠다는 앞마당도 아닌 그 아래 1423번지를 사들여 공사가 진행됐다.

 

이상하다고 느낀 한 동네 주민이 공사장 조감도를 우연히 보게 됐다. 당초 약속했던 별장이 아닌 30세대가 사는 공동주택이었다. 대형공사가 벌어진 것이다.

 

‘속았다’고 생각한 동네주민들이 5월 중순쯤 제주도청과 서귀포시청에 ‘공사를 중지해 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이 더 화난 것은 공사현장이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는 곳인데도 무슨 이유인지 척척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데 있다.

 

신월동은 상수도공급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수압이 낮아 공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민들은 지하수를 끌어다 식수로 쓰고 있다.

 

상수도 공급이 안 되는 지역이다 보니 공동주택 단지 건설은 불가능하다.

 

주민들은 “여기에 별장을 짓는 줄 알았지 30세대가 들어온다는 말은 못 들었다”며 “김씨가 거짓말로 주민들을 현혹했다”고 말했다. 특히 “상수도공급이 안 되는 곳이기에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다. 그런데도 서귀포시가 허가를 내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한적한 마을에 매일 좁은 길을 따라 많은 차들이 드나들어 시끄러우면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더구나 1430-1번지를 가로지르는 제주올레길 7-1코스도 끊겨 도보 여행객(올레꾼)들을 볼 수 없다.

 

마을 한편에 쳐진 볼썽사나운 철재 울타리와 올레꾼들의 발길이 끊긴 신월동촌은 이제 예전의 정겹고 조용한, 아름다운 신월동촌이 아니다. [제이누리=김영하ㆍ이석형 기자]

 

<연속기획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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