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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의도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통계의 함정...누구의 정치적 무기(?)

득표율 80%가 넘으면 몰표라고 한다.  한국정치사에서 그런 일이 왕왕 있었다.

 

1950~60년대가 그렇고 70~80년대 초반만 해도 지금은 생소한 통일주체 국민회의 대의원 선거나 일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그런 몰표현상이 나왔다. 각종 부정, 불법선거가 판을 치고 공무원을 동원한 '관제선거'에서 벌어졌던 양상이다.

 

현대사회에서도 몰표 현상은 나온다. 지역감정이 극에 달한 지역에서 그렇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호남이다. 특정 정당에 주어지는 민심(?)이다. 워낙에 지역감정이 심하고, 정권에 따라 소외감에 시달리다 보니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올해로 7년째다.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행정체제도 기존의 4개 시·군에서 2개 행정시로 바뀌었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가 없어지면서 일각의 우려가 나타났다. 예산은 줄고, 민원은 정책에 반영되기 힘들었다. 많은 중앙 권한이 위임됐지만 도민들은 나아졌다고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퇴보한다고 호소했다.

 

행정시의 권한이 강화되거나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진 건 그 이유였다.

 

관권 선거하듯, 2006년 주민투표 연상케 한 관제 여론몰이 결과는 ‘역시’

 

우 지사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는 공약으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는 선거 당시부터 줄곧 행정시장 직선제를 주장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취임 직후 그는 행정체제개편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 무려 3년이 넘도록 위원회는 질질 시간을 끌었고, 그 결과는 너무도 허무하게 우 지사의 공약대로였다. 연구의 연구를 거친 결과가 우 지사의 희망대로였다.

 

우 지사는 다시 ‘도민의 뜻’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사천리였고 일방적이었다. 권고안에 대해 무수히 설명회를 열었지만 제대로 알아들은 이는 드물었다. 그저 행정시장 직선제의 장점만을 부각한 설명회였고, 막대한 예산과 인원이 동원된 관제 여론몰이였다. 우려가 쏟아졌다. 그래도 강행했다. 지난 2006년 기초의회가 사라지는 주민투표를 할 때 처럼, 자유당 시절 관권선거를 연상한다는 비판이 터져나왔지만 그는 그래도 굴하지 않았다.

 

그는 수 하나를 더 뒀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내세워 도내 언론사를 끌어 들였다. 제주도정이 빠지고 제주발전연구원이 주체가 돼 다시 언론 3사에 맡기는 형식을 취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찬성 85.9%.

 

 

우 도정은 이를 ‘도민의 뜻(민의·民意)’으로 포장했다. 도민의 대다수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원한다고 공표했다. 그리고 그 이유로 행정시장 직선제는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제주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암초가 아니었다. 오히려 거대산맥이었다. 결과는 부결. 민의(民意)의 정당이 던진 응답이다.

 

또 다른 여론조사…공무원·주민자치위원은? 그리고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사실 그 얼토당토 않은 여론조사가 이뤄질 무렵 또 다른 여론조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도의회에서다. 그것도 여론조사 기관을 빌지 않고 직접 나선 것이다. 일선 공무원들에게 부탁, 설문지를 배부하고 수거하는 방식을 택해 오히려 도정이 유리(?)할 것 같았다.

 

대상이 공무원 949명(전체 정원의 19%)과 43개 읍·면·동 주민자치위원 530명이니 더 그렇다.

 

하지만 그 결과는 사뭇 달랐다.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선호도가 공무원 46.4%, 주민자치위원 49.5%다. 행정시장에 대한 찬·반을 물었는데 공무원인 65.6%, 주민자치위원은 67.1%가 찬성했다. 물론 전체 도민의 뜻은 아니지만 제주도의 85.9%와는 너무 차이가 났다. 20% 안팎의 간극이다.

 

 

분위기가 더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행정시장 직선제 안이 부결된 16일에도 발표됐다. 이번에는 제주MBC다. 도정이 맡긴 여론조사 기관과 똑 같다. 코리아리서치다.

 

그런데 결과는 판이했다.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도민 선호도는 41%에 불과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26.5%, 현행 체제 유지 20.5%다.

 

물론 도민의 상당수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원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제주MBC의 여론조사에선 그 선호도의 시행시기에서 주목할 결과를 내놨다. 다음도정으로 넘기라는 여론이 61.6%다.

 

도정의 일방적인 관제 여론몰이 뒤 나타난 85.9%, 일선 행정을 수행하는 공무원과 지역 주민들인 주민자치위원을 상대로 한 46.4%~49.5%, 그리고 지역방송사의 41%. 과연 어느 여론조사가 ‘도민의 뜻’일까?

 

이쯤 되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여론조사로 변질된다. 우 도정이 그리 내세우는 여론조사 역시 맘만 먹으면 언제든 왜곡여론으로 위장이 가능하단 소리가 된다.

 

의혹투성이 도정의 여론조사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박주희(무소속) 의원과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실이 흥미로운 자료를 내놨다. 그 동안 도정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이 있었지만 더욱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여론조사 분석 내용이었다.

 

첫 번째로 우 도정의 여론조사는 조사주체와 목적을 숨겼다. 특정 응답을 유도하고 행정체제개편 과정 및 주요 대안의 장단점 등 설명 없이 실시된 조사로서 특정 응답을 유도하기 위한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주체가 언론 3사로 돼 있어 도의 정책결정을 위한 중요한 조사가 아니라 언론보도를 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여론조사로 인식할 여지를 줬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이 찬성 답변을 하기도 쉬운 설계였다.

 

의회 고문변호사는 “여론조사를 함에 있어 안내 문구에 제주도에서 언론 3사에 의뢰해 행정체제개편 관련 긴급 여론조사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명시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모른다’는 응답자를 전체 조사대상의 유효표본으로 갖다 놨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이에게 가치판단을 하는 격으로 조사기법 상 인정하지 않는 방법이다. 중요한 정책결정을 위한 자료로써 활용하기 위한 경우는 비상식적이라는 것이 의회 전문위원실의 평가다.

 

박 의원과 전문의원실은 “행정시장 직선제를 모르는 사람에게 별도 설명 없이 찬·반 의견을 묻고 분석에 포함시킨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모른다는 사람을 표본에서 제외하고 알고 있다는 사람(1478명)을 3000명으로 가상해 확대했을 경우 찬성비율은 4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한 그대로 다시 찬,반 비율을 환산하면 찬성 40%, 반대 9%, 모름 51%였다는 것. 이쯤 되면 기가 막힐 노릇이 된다. 85.9%의 찬성과 40%의 찬성이 동일조사 결과라면 결국 누군가는 숫자놀음(?)을 했다는 소리다. 대표적인 여론조작 기법이다.

 

 

‘알고 있다’는 사람만 분석하면 찬성은 40%…그리고 계속되는 조작 의혹

 

우 도정의 여론조사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응답유보층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분모가 사라지니 분자는 더 커질 노릇이다. 찬성비율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응답유보층 규모를 축소시킨 의혹이 짙다는 지적이다. 도민 상당수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데 오로지 찬성, 아니면 반대 둘 중에 하나를 밝히란 강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를 '황당한 문항예시'라고 한다. 더 웃긴 건 문항 예시는 제대로 해놓고 비율산정에서 빼버린 경우다. 응답 유보층은 350명이다. 유효표본의 11.7%에 이른다. 여론조작의 냄새가 풀풀 나는 이유다.

 

박 의원과 전문위원실은 “사전 서면질문을 통해 확인한 응답 유보층을 유효표본에 포함시켜 분석하면 인지도는 약 5%, 찬성비율은 약 10% 떨어진다”며 “응답유보도 하나의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분석에서 제외시킨 것은 행정시장 직선제 찬성 비율을 부풀리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즉 3350명을 표본으로 할 경우 알고 있다는 응답은 44.1%, 모른다는 응답은 45.1%라는 것이다. 또 찬성은 76.7%, 반대는 12.6%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인지도가 50%인 경우 응답유보층은 통상 적어도 20% 내외로 형성이 된다”며 “코리아리서치가 밝힌 350명 규모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20%로 했을 경우에는 알고 있다는 41%, 찬성은 71.6%까지도 떨어진다.

 

응답유보층을 검증하기 위해 통화시도 전화번호부와 응답표를 확인해야 하지만 코리아리서치는 통계법 근거를 들어 제출하지 않았다고 전문위원실은 밝혔다.

 

또 있다. 조사 설계대로 조사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중치 적용과 그 규모가 17%(509명)에 이른 점은 사실상 조사의 신뢰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표본선정에도 무리였다는 것이다.

 

박 의원과 전문위원실은 “기초자치단체 부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읍면지역의 의견이 적게 반영될 개연성이 크다”며 “예를 들어 한경면과 대정읍의 경우 각각 47명, 91명에게 여론조사를 해야 함에도 불구, 2명과 43명에게만 조사를 했다는 것은 신뢰성에 의문이 크다”고 주장했다.

 

'도민의 뜻'의 수치는 정확히 얼마?

 

이제 80%가 넘는 절대 다수가 ‘행정시장 직선제’라는 것을 원했다는 진술은 희극으로 전락한다.

 

도의회와 제주MBC의 여론조사 결과, 박 의원과 전문의원실의 분석 결과를 보더라도 기껏 40%에 불과하다.

 

마음에 품은 '몰표'를 숫자놀음으로 뒤바꿔선 안된다. 주민투표 결과를 이런 식으로 왜곡하면 그건 사법처리 대상이다. 더욱이 주민세금이 켜켜이 쌓인 제주도의 예산으로 이렇게 '관제 여론몰이'를 한다면 그건 '공익'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선택이다. 통탄할 노릇이다. [제이누리=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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