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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강도강간' 검거 고씨 사연 재조명 … 경찰의 증거조작•인멸 주장
고씨 등 사건담당 경찰 3명 무고 혐의로 고발…경찰 "할 말 없다" 무대응

경찰의 증거조작으로 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50대의 사연이 주목을 받고 있다. SBS 등 중앙언론사들이 그와 인터뷰에 나서는 등 과거 사건이 다시 쟁점화될 조짐이다.

 

9년 전 강도로 몰린 고성옥(58)씨.

 

그는 지난달 2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낮에는 도배를 하고 새벽에는 신문배달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던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경찰이 증거조작을 일삼으며 나에게 강도 누명을 씌웠다. 억울하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제주경실련 공익지원센터도 “지난 2년간 고씨의 주장을 검토한 결과 사실로 밝혀졌다”며 고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고성옥씨 7년 억울한 옥살이 진실찾기 모임’을 구성해 고씨의 무고함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도대체 이 남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발단

 

사건은 9년 전인 2004년 9월8일 새벽 3시30분에서 4시25분 사이에 벌어졌다.

 

한 남성이 제주시 연동 소재 다세대 주택 3층에 침입해 잠을 자던 A씨(당시 41세.여)를 흉기로 위협해 14K금반지와 목걸이 등 35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뒤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그대로 달아났다.

 

피해자는 피의자가 도주한 후 “살려달라”고 외쳤다. 이 소리를 들은 피해자 옆집에 사는 B씨가 112에 신고해 제주시 중앙지구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고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 시각 고씨는 신문배달 중에 “살려달라”는 외침을 어렴풋이 듣고 주변을 살펴보다가 누군가 달아나는 것을 목격해 이를 뒤쫓다가 놓쳤다. 그리곤 다시 신문배달 오토바이로 돌아오는 도중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후 고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강도강간 등)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2005년 7월1일 7년형을 선고 받았다.

 

 

 

▶고성옥씨의 주장

 

고씨와 진실찾기 모임은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의혹을 증명할 만한 몇 가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첫번째 의혹은 목격자의 진술 이외에 지문.족적.DNA 감식결과, 피해자 물품 등 구체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목격자는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목격자 고씨(당시 22세)는 사건 발생 직후 경찰 진술조서에서 사건현장 집 앞에서 고씨를 보았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사건 현장에서 70여m 떨어진 사거리에서 고씨를 처음 목격했다.

 

피해자 A씨도 진술을 번복했다. 사건 발생 후 옆집으로 피신해 옆집에 거주하는 이모씨에게 ‘범인은 짧은 머리에 단정한 차림의 옷을 입었다’고 말했으나 나중에 "고씨인 것 같다"고 진술을 뒤집었다. 사건 당시 고씨는 긴 머리를 하고 민소매에 조끼를 입고 있었다. 처음 진술한 목격자의 인상착의와 완전히 반대되는 행색이었다.

 

또 고씨는 경찰이 증거를 인멸하고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범행 당시 노란색 티셔츠를 벗고 배달 오토바이 바구니에 숨겨놓고 도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란색 티셔츠는 고씨의 것이 아니였다.

 

경찰이 증거로 내민 노란색 티셔츠는 M(95호)사이즈였으며 고씨의 옷 사이즈는 XL(105호)였다. 사건 당시 고씨는 키 171cm, 몸무게 80kg의 거구였다. 경찰이 내민 옷이 고씨의 몸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노란색 티셔츠의 주인을 찾기 위해 고씨의 아들이 사건 장소 주변에서 수소문한 결과 부근 다세대 1층에 사는 여성의 옷이었다.

 

고씨는 이러한 주장을 여러번 했지만 경찰은 물론 법원에서도 묵살됐다.

 

경찰은 또 사건 현장에서 족적을 확보했음에도 고씨의 것과 같지 않다며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고씨의 주장에 따르면 경찰조사를 받을 때 경찰관이 고씨의 운동화를 가지고 간 뒤 범행장소에서 확보한 범인의 발자국과 대조를 했다. 그러나 대조 결과 고씨의 것과 일치하지 않다며 증거에서 제외했다.

 

더구나 경찰은 법정에서 허위 증언했다고 고씨는 주장했다.

 

고씨를 처음 체포한 경찰은 사건 당일 검거경위 보고서에 “고씨가 신문배달 중이었고 신문배달용 오토바이가 범행장소 옆에 있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검문 당시 고씨가 ‘운동하러 나왔다’며 오토바이 위치도 말하지 않았다”고 거짓 증언했다.

 

진실찾기 모임은 “이외에도 수많은 경찰의 증거조작과 인멸을 증명할 수 있다. 고씨가 범죄자라는 객관적인 증거는 단 하나도 없다”며 “오로지 경찰의 무리한 증거 조작 및 인멸, 짜맞추기식 수사, 거짓 증언만이 난무하는 파렴치한 ‘범죄 덮어 씌우기’ 조작 사건일 뿐이다. 고씨는 무소불위의 국가공권력과 사법부의 잘못된 오판이 낳은 무고한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나의 무고함을 알리려 했지만 경찰과 법원은 나의 주장을 묵살했다”며 “이 사건은 한마디로 증거와 증인을 통해 범인을 잡아야 하는데 국가가 무작정 범인으로 몰고 간 사건"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때 그 사건 수사담당자들의 반응은?

 

고성옥씨와 진실찾기 모임은 지난달 28일 경찰관 3명을 상대로 제주지검에 ‘무고 및 모해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을 통해 2004년 사건의 내용이 밝혀져 법원의 재심을 받기 위한 것이다. 재수사 결과로 진실이 밝혀지면 고씨의 무고함을 밝혀낼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에서다.

 

그러나 기각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주경실련 한영조 사무처장은 “기각될 확률이 높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건을 재수사하려면 수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다. 또 사건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나지 않은 이상 재수사가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이번 일로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들이 고씨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사건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 사무처장은 “고씨의 주장에 경찰들이 억울하다면 명예훼손 등의 고발을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 측에서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판결이 끝난 사건을 다시 들춰낼 입장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사건 당시 고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던 고모 경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할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또 고 경사와 함께 사건을 담당했던 김모 경사의 한 관계자는 "당시 김 경사는 수습기간이었다"며 책임을 미뤘다.

 

이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건을 (경찰의 입장에서) 들춰낼 수도 없고 입장을 밝힐 수도 없는 일"이라며 "검찰에 고씨의 재심청구 고발장이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때마다 기각됐다. 만약 이번 고발장이 접수돼 재수사가 시작된다면 모를까 아직 뭐라 말 할 것이 없다"고 전했다.

 

그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씨를 고발할 의사가 있는지 묻자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은 맞지만 (명예훼손) 고발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9년 전 사건의 진상이 미스테리로 불거지고 있다. 누명이 벗겨져 국가공권력의 부적정한 법집행이 또 한차례 도마에 오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이누리=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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