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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성범죄 처벌강화, 약자에 대한 배려 성숙한 사회 척도 기대

영화 '도가니'는 '도가니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 사회에 많은 분노와 역풍을 몰고 왔다.

 

하지만, 필자는 영화 ‘도가니’를 보지 않았다. 아니 애써 외면했다고 해야겠다. 영화 내용이 장애아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한 때 검찰에 몸담았던 필자에게 던지는 ‘독한 눈총’을 감내하기 힘들 것이란 본능이기도 했다.

 

전 국민의 분노 속에 몇가지 의미있는 법 개정 작업이 진행됐다.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방향과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 두가지 틀에서 논의되거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필자는 그 중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안을 들여다 보았다.

 

우선, 이미 사실상 항거 자체가 불가능한 아동이나 청소년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과 관련해‘항거불능’을 입증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아동청소년보호법에 마련했다. 장애 자체가 항거불능 상태인데도 저항불능을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으로 한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반성적 고려에서 입법화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도 아동 대상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친고죄를 폐지했다. 즉 장애인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이는 사실상 법적 호소를 할 수 없거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억지로 고소를 취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을 제거하려는 노력이다.

 

세번째로는, 장애인 강간죄의 법정형 하한을 3년에서 5년으로 높이고 장애인 성폭력 범죄는 1회 만으로도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12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성폭력과 법정형이 같은 것이다. 단 한 차례 범죄만으로도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를 가능하도록 더 강화했다.

 

또 형사절차 참여 및 의사소통에서 배제된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절차적권리 보장을 위한 역할을 담당해줄 ‘절차보조인 제도’가 입법 논의 중이다. 그 동안의 논의가 실체적인 권리보장 측면에 치중된 면이 있었는데 실체적인 권리보장 못지않게 어쩌면 그 보다 더 중요한 형사절차에서 보호받아야 할 권리들을 상기시켜주는 의미있는 입법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포상금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여타의 포상금제도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내부자 고발 등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로서 그 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되어오던 일부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을 견제, 감시하는 제도로 기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상 간략히 현재 입법화되었거나 논의 중인 장애인 성폭력과 관련한 의미 있는 형사법적인 논의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필자는 위 법 개정 노력이 한층 의미있는 논의로 받아들이면서 한편으로 어느 중중 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는 엄마의 편지를 소개하는 중앙일보 노재현 논설위원의 칼럼을 떠올린다.

 

처벌강화 못지않게 아니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약자에 대한 성숙한 배려’라는 사실을 아프게 상기시켜주었다.

 

어머니 김현숙씨가 보낸 편지는 ‘장애인 부모로서 도가니를 보고 분개하는 사람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보며 분개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학교 그런 기숙사에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부모의 마음을 아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장애인, 비장애인 학생들이 함께 있는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어하지만 현실의 벽은 턱도 없이 높고 장애인 시설이 들어온다고 하면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집값 떨어진다면서 벌이는 집단시위안에 숨겨진 우리들의 이중성, 그 불편한 진실을 꼬집으면서 마무리하는 내용이었다.

 

결국 담장 밖 우리들이 모두 도가니의 공범임을 지적하는 위원의 칼럼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늘 약자에 대한 배려를 성숙한 사회의 척도로 보아왔던 필자로서는 '도가니'가 우리 사회의 ‘미성숙’을 끄집어낸 사건으로‘아직 우리 사회가 멀었구나’를 아프게 확인시켜 준 채찍이었다. 한편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 올 쓴약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의미있는 입법논의를 반기면서 ‘약자를 배려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든든한 정신적인 버팀목으로서 사회에 충만하기를 기대한다.

 

☞ 구자헌은?= 제주시 출생, 오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1997년 사법시험(39회)에 합격해 2000년 사법연수원(29기)을 수료했다. 2005년까지 대전ㆍ대구(상주)ㆍ인천ㆍ부산 동부지청 등에서 검사로 재직했다. 이후 부산,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올해 초 제주에서 법률사무소 부경을 개업했다. 검사 시절 선불금을 갈취했다며 사기죄로 고소당한 탈매춘 여성들에 대해 우리나라 사법사상 처음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려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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