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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2)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개국 첫날.

 

모든 종편이 일제히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인터뷰를 내보냈다. 지난 1일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어디를 돌려도 박 전 대표 모습 뿐이었다. 시청률 높이기 승부수를 공교롭게 모두 박 전 대표로 한 것인지 어느 한 곳이 그리하니 질세라 따라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천편일률적 시도가 실망스러웠다. 

 

박 전 대표는 사적 영역까지 밝히는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 1967년 중학생이던 때의 비키니 차림 흑백사진이 등장했다. “당시로선 너무 과감하지 않느냐”는 사회자 질문을“몸매가 받쳐주니까 입는 거예요”라며 재치 있게 넘겼다. 

 

고색창연한 박 전 대표의 비키니가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사진 속 장소는 경남 진해 앞바다의 섬(저도)으로 대통령 별장이 있어 일반인은 출입이 통제되던 곳이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인 나는 가족 여름휴가는 꿈도 꾸기 힘들었다. 친구들도 매한가지였다. 수영복은 입어보지도 못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0달러가 채 되지 않아 전 국민이 가난에 허덕일 때였다. 학교에서 가끔 미국 원조 곡물로 만든 옥수수빵을 나눠줘 배고픔을 잊곤 했다. 

 

1969년 어느 날, 수업 중인데 학교 옆 도로가 소란했다. ‘3선(選)개헌’을 반대하는 대학생들 시위대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헌법을 바꿔 대통령 권좌에 3번이나 오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1970년 중학교에 진학했다. 처음으로 시험을 보지 않고 은행알(학교 배정번호가 쓰여 있다) 추첨 입학의 혜택을 누렸다. 무시험으로 바뀐 게 ‘대통령의 아들’ 덕분이란 걸 들은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중3으로 고교 입시 준비에 열중하고 있던 1972년 10월. 수험생으로 황당한 일을 겪게 됐다. ‘10월 유신’때문이다. 지금껏 외운 헌법을 모두 다시 외워야 했다. 대통령 선출은 통일주체국민회의란 데서 하고, 임기가 늘어 6년이 됐고 연임 제한이 사라졌다. 종전 외운 것과 헷갈려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70년대는 긴급조치의 시대였다. 초헌법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대통령과 헌법을 비방해선 안 되고, 국정을 흉보는 유언비어를 입에 담아서도 안 된다. 택시나 버스 속에서 말 잘못하면 바로 경찰이 출동해 쇠고랑 채우던 때였다. 대학 교정엔 중앙정보부 사찰 요원들이 상주했다. 

 

박 대통령은 18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했다. 나의 초ㆍ중ㆍ고교ㆍ대학 생활 16년은 모두 그의 통치기간에 이뤄졌다. ‘대통령=박정희’로 알고 지냈다. 

 

박 전 대표는 서강대 70학번이다. 경호원들이 항상 쫓아다녀 미팅 한 번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대통령의 딸’은 유신 반대 데모가 교정에서 수시로 일어나던 그 험한 시대, 무사히 대학을 마쳤다. 박 전 대표는 종편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을 “제 생각의 근간을 만들어 주신 분”으로 회상했다. 자식으로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은 일본육사 졸업 후 일본제국주의에 충성을 맹세한 후 관동군 소위로 임관한 분이다. 해방 후 대한민국 국군으로 변신, 공산주의 계열로 몰렸으나 한국전쟁 덕에 되살아나 장성이 됐다. 그리고 1961년 정권을 뒤엎었다. 국민들의 가난을 벗게 하겠다는 일념뿐이었다.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룩했으나 인권 유린과 독재의 오명을 얻었다. 재벌 특혜와 영남편중 개발 논란도 불렀다. 자신이 아니고는 조국근대화가 힘들다고 믿고, ‘잘 살아보세’ 구호 아래 모두 숨죽이고 살 것을 강요했던 분이다.

 

‘모든 권위주의적 행태에 맞서야 한다’는 내 생각의 근간은 그때 만들어졌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즈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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