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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22) ··· 교단에서 멀어진 한국사

 한국사를 TV드라마로 배우다가 이젠 예능으로 배우는 시대가 왔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지난 11일, 18일 ‘TV특강’한국사를 방송했다.

 

 11일의 유재석ㆍ하하에 이어 18일 박명수ㆍ노홍철이 나와 아이돌 가수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다. 아이돌 얼굴 보는 재미 때문인지 시청률이 높았다. 18일엔 14.3%로 같은 시간대 1위였다.

 

 강의는 우스웠지만 평가는 좋았다. 인터넷에 출연자를 칭찬하거나, 이 기회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는 글들이 올랐다. 어떤 이는 이 프로가 대한민국 교육도 못한 일을 대신했다며 치켜세웠다. 씁쓸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한국사는 대학과 고교 교과과정에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지 오래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그걸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인다며 개탄한다.

 

 국사편찬위원회서 2006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만들어 역사 붐을 일으켰으나 그것도 잠시다. 공무원ㆍ교원 시험과 서울대 입시, 그리고 몇 개 기업의 입사시험에서 이 시험 점수를 반영하고 있지만 그걸로 끝이다. 필요한 사람만이 시험 볼 뿐이다.

 

 사실 한국사 지식이 이 땅에서 국민으로 살아가는데 실제적 도움은 주지 못한다. “제 나라 역사도 모른다”며 핀잔 주던 시대도 아니다. 야스쿠니 신사를 물으니까 ‘젠틀맨(신사)’같은 것 아니냐고 답하고, ‘3ㆍ1절’을 ‘삼점일절’로 읽는 학생이 크게 부끄러워하지 않는 시대다. 영어나 잘하고 외국문물에 해박한 게 더 잘 통하는 글로벌시대 아닌가?

 

 

 김부식은 삼국사기 서문에 이렇게 썼다. “임금께서 말씀하기를, 지금의 선비들이 사서오경과 중국 역사는 널리 통하여 자세히 말하는 사람이 있으나, 우리나라 역사에 이르러선 도리어 그 시말을 알지 못하니 매우 유감된 일이다…우리 역사를 완성해 해와 별과 같이 환하게 하고 싶다고 하셨다.” 당시도 자기네 역사는 모르면서 중국 역사 아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TV드라마는 연일 조선시대 궁중과 얽힌 여인들 이야기에 심취해 한국사를 풀어간다. 그나마 일반인의 우리 역사 관심을 이끄니 대견하다. 가끔 역사적 사실을 뻥튀기하더라도 기특하기만 하다.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못한 TV가 아닌가.

 

 박명수가 고구려의 수ㆍ당전쟁 때 을지문덕과 양만춘 장군을 소개하며 자랑스런 역사를 전했다. 예능프로에서 개그맨이 수와 당이 왜 고구려를 침범했는가까지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시청자들에게 두 장군 이름만 기억시켜도 다행이다.

 

 한국사가 교단에서 멀어진 데는 사학자와 교사들 책임이 크다.

 

 용어가 너무 어렵다. 당간지주(幢竿支柱)는 사찰 행사 때 기를 거는 깃대의 지지대를 말한다. ‘Flagpole Supports’ 외레 영어가 뭐에 쓰는 건지 알기 쉽다.

 

 설명도 부족하다. 고려 무신정권 최항의 무덤에서 나온 유명한 국보 청자가 있다. 그 이름은 청자진사연화문표형주자(靑瓷辰砂蓮華文瓢形注子). 붉은 광물로 연화무늬를 그려넣은 표주박형 주전자 청자를 말한다. 한국사와 함께 한문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고교 땐 내용도 모르고 무조건 외웠고, 곧 잊어버렸다. 조선후기 이규경이 쓴 백과사전 저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오주는 이규경의 호, 연문은 거친 문장이란 겸손의 뜻, 장전은 문장 형식, 산고는 흩어진 원고”라는 선생님 설명이 있었으면 외우는 게 어렵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고 한국사 교육을 쉽게만 가르치는 학원강사나 개그맨에게 맡길 수 없고….

 

    답답한 현실이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스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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