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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토론회에 등장한 출석부
도민 공감과 소통은 커녕 자유당 시절로 회귀하는 도정

14일 오후 5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 평일이면서도 도의회 임시회가 처음 시작하는 날 의회 청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3시간 전인 오후 2시 도의회가 주관한 ‘특별자치도 5단계 제도개선 과제 토론회’가 열리고 나서 3시간여만에 비슷한 성격의 토론회가 또 열렸다. 차이가 있다면 5시 행사는 제주도 주최.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120석 규모 청중석이 꽉 찰 정도였다. 3시간 전 도의회 주관 토론회 참석자와는 규모 면에서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도가 주최한 토론회의 참석인원이 많았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의회 주최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소수지만 시민단체와 학계 등 ‘특별법 제도개선 과제’에 관심을 갖는 도민들이 대다수였지만 제주도 주최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공무원이었다.

 

 

더욱이 도 주최 토론회에 온 공무원들은 자발적이라기 보단 마치 끌려나온 인상이 역력했다. 토론회 입구에서부터 분위기는 감지됐다. 출석 체크를 하듯 공무원들은 토론회장 입구에 마련된 명부에 서명을 하고 토론회장 안에 자리를 잡았다. 명부에는 이미 도청 각 부서별 참석자의 이름과 직급이 적혀 있었고, 부서별 인원도 적도록 돼 있었다. 전형적인 출석부이자 흡사 ‘동원상황표’와도 같았다.

 

‘제도개선 토론회 부서별 참석인원’이라고 적힌 출석부에는 “과제관련 부서는 과장, 담당, 담당자께서 반드시 참석 해주시기 바라며, 그 외 부서는 1명씩 참석 바람’이라고 친절히 쓴 안내문구도 눈에 들어왔다. 말미에는 ‘*배정인권은 과제담당 및 담당자 포함한 인원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토론회 약 30분 전부터 토론회장 앞에 몰려와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던 공무원들은 토론회가 오후 6시를 넘기자 슬슬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근무시간을 때우고 퇴근하는 것 같은 인상이 짙었다.

 

이 때문인지 현장에선 제주도 주최 토론회의 개최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도민들이긴 하겠지만 과연 제도개선에 의견을 달 수 있는 도민들이 여기에 몇 분이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애초 ‘도민공감대 형성’을 부대조건으로 박희수 도의회 의장이 특별법 제도개선 과제의 본회의 안건 상정을 보류한 뒤 나온게 이번 토론회였다. 하지만 현장은 도민공감(共感)은 커녕 공무원 공감(公感)만 자리하고 있었다.

 

‘짜맞추기식 억지성’ 공무원 동원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우근민 지사 스스로 최고의 치적으로 일컫는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에선 더 말이 많았다. 선정추진 과정에서 끊임없이 시비가 일었던 ‘무한중복투표’ 방식의 선정과정에 도정은 공무원들을 총동원했다. 행정력 낭비까지 갖고 오면서 우도정은 개인별, 부서별 전화투표 실적까지 경쟁으로 몰아갔다. 마치 관권선거식 충성경쟁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동원과정에 400억이란 막대한 예산이 쓰였고, 1인 누적 전화통화 횟수가 7만3000여 통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8개월 동안의 집계를 감안하면 매일 300통 이상씩 전화를 걸었다는 계산이 나왔다. 전화투표에 공무원을 경쟁적으로 동원, 실적을 어거지로 만들어낸 것이다.

 

공정성과 ‘7대 경관 선정’의 가치와 신뢰도는 사실 그 시절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기에 논란은 수도 없이 제기됐고, 급기야 시민단체의 수사의뢰와 감사원의 감사 촉구사태로 비화됐다. 물론 제주가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됐다고 하지만 솔직히 그후 후속조치에 대해 중앙정부는 이미 시선을 거둔지 오래다. 솔직히 대놓고 7대 자연경관의 가치를 설파하는 쪽은 현 제주도정 외에 어느 곳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상황은 여전하다. 도민공감(共感)의 내용과 형식을 갖춘 토론회를 요구한 도의회의 지적은 결국 “좌우지간 다수가 자리에 앉아 연 토론회‘만 치르면 끝이었다. 손쉽게 공무원을 동원하면 될 일이고, 그 방법으로 출석체크만큼 ’적당한‘(?) 방법도 드물 것이다.

 

자유당 시절, 유신정권 시대, 군사독재 시대-. 도민들이 최근 떠올리는 이미지다.

 

하지만 “과거부터 비일비재한 일이고, 왜 공무원들이 현장 참석을 유도한 게 무엇이 잘못인가”라고 되묻는 경우도 있다. 그리 묻는 이에게 “도민들이 살벌했던 유신과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고 있다“는 말을 애써 외쳐댄들 그 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 한심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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