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권혁성의 캘리포니안 드림(9)···법보다 가까운 총

미국의 역사는 곧 총의 역사다. 수정헌법 제2조에 근거한 무기소지의 권리는 연방 정부, 주정부적 차원에서 부터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포괄적이고 관대한 무기소지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물론 미국 대법원에서도 여러 차례 이와 관련된 법리적 해석을 내려왔다.

 

매번 선거 때마다 공화·민주 양당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몇 가지 단골 이슈들을 보자면 '큰 정부와 작은 정부' 같은 경제 논리부터 '동성애', '낙태' 같은 기독교적 전통 윤리관의 논점, '이민', '불법 체류자 문제' 같은 내부적, 사회 경제적 갈등의 문제와 더불어 '총기 규제'라는 비교적 덜 중요하게 보이는 문제까지 골고루 섞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미국 뉴스에는 거의 매일 크고 작은 총기 관련 사고 소식이 실리지만 구미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많은 민간인 소유의 총기를 보유한 나라답게 또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켜 온 나라답게 대수롭지 않게 지나갈 때가 많다.

 

총기 규제라고 해봐야 헌법적 권리인 개인의 총기소지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기에 민간인들의 군용 소총(Assault Rifle) 소지 금지나 연사가 가능한 탄창에 대한 규제 혹은 총기구입시 신원조회 강화 등이 그 골자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각 정당이 눈치를 봐야하는 450만 회원의 강력한 이익집단인 '미국총기협회'(NRA ; The National Rifle Association)의 입김이 만만치 않아서 그나마도 오바마 정부는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

 

대도시들이 그러하듯이 정치적으로 제법 진보 성향인 이 곳 캘리포니아에서도 NRA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차를 심심찮게 만난다. 앞지르기나 끼어들기가 잠시 망설여지는 차들이다. 그럼 이 골치 아프고 복잡한 총기문제는 미국 역사에서 어떻게 시작 되었나?

 

약간씩 다른 세 가지 수사학으로 표현되는 수정헌법 2 조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1791 년 12 월 15일)

 

이 조항의 해석을 두고 아직까지도 학자들 간에 상당한 이견과 논쟁이 있다. 축자적 의미의 해석과 법제정 정신에 따른 해석 혹은 역사적 배경에 대한 고려를 통한 해석 등이 있지만 특히 앞의 네 단어인 'A well regulated Militia(잘 통제되는 민병대)'의 해석이 분분하다.

 

멀리는 미국 건국 이전에 17세기 영국 권리장전의 전통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고, 가까이는 독립전쟁 후 건국 초기에 각 마을의 치안유지와 야간경비, 심지어는 범죄자 체포 및 재판·처벌까지도 그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순번을 정해 해결해야 했던 무보수 '시민의무(Civic Duty)' 의 전통에서 개인 무장의 필요성을 보장해 주어야만 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서부 영화에 늘 별모양 배지를 달고 나오는 당시의 보안관(Sheriff)들에 비해 경찰들은 숫자도 적었거니와 총 대신 Billy Club 이라는 우리 조상님네가 쓰던 육모 방망이 같은 몽둥이로 무장을 했기에 현실적인 위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위급한 상황에서 911에 전화를 할 수 있는 현대사회와 같은 신속한 치안 행정력의 집행이 불가능했던 당시의 환경을 놓고 보면 수긍이 가는 점이 많다. 말하자면 법은 멀고 총은 가깝기에 자기 집이나 재산, 그리고 자기 몸은 스스로 알아서 지켜야 한다는 오래된 인식이 지금껏 들어 있다.

 

또 다른 역사적 관점에서는 남북전쟁 이전에 빈번히 발생했던 노예들의 반란 진압과 사회체제의 유지를 위해 백인 남자들에게는 강제적으로 밀리샤(Militia)에 들어가야 했던 의무가 있었다. 특히나 이것은 늘 미국의 양심을 짓누르는 인종차별 문제와 연관된 민감한 부분이기에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편이나 다들 이야기하기를 싫어하거나 피하려고 하는 주제다.

 

지금 미국민의 의견은 대체로 반반으로 나뉘는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규제정책 추진 보도에 총기점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규제 이전에 총기와 실탄을 구입해 두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총기 가격이 한 달 사이에 두 세배씩 오른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사니 나를 지키려면 나도 사야만 하는 것이다. 나 역시 미국인 친구들이나 학생들의 집을 방문하면 간혹 집주인에게 총을 보여 달라고 부탁하는데 한 사람이 수십 자루씩 가지고 있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비번인 경찰들도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반드시 총기 소지를 의무화 한 것을 보면 폭력과 범죄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대응책으로 유사한 폭력을 사용해야하는 참 아이러니컬한 상황이다. 이렇게 200년을 살아 왔으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고, 이 사람들 생각을 바꾸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좋든 나쁘든 전통이나 문화는 참 무서운 것이다.

 

 

오늘 뉴스보도를 보니 NBC가 입수한 오바마 내각의 비밀 내부메모에 미국 국적의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을 무인공격기(Drone)를 이용해 제거하는 계획이 쓰여 있다고 한다. 그 걸 두고 또 다들 난리다. 아무리 테러범이나 반역자라도 자국민을 정식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나를 두고서 그리고 인권의 보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생긴 논란이다. 고도의 정치적 술수로서 고의로 흘렸다는 음모론까지 있다.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지키고 총이 법보다 가까운 미국의 오랜 습관이 눈앞에 언뜻 겹쳐서 지나간다. 후손들에게 물려줘야할 세상이 지금 보다 더 못하다면 어른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권혁성은?=경북 영일 출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백령도에서 해병대 하사관으로 복무했다. 포스코 경영기획실에서 잠시 일하다 태권도(6단) 실력만 믿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짝퉁’ 티셔츠 배달로 벌이에 나섰던 미국생활이 17년을 훌쩍 넘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선라이즈 태권무도관의 관장·사범을 한다. 합기도와 용천검도(5단) 등 무술실력은 물론 사막에서 사격, 그리고 부기(Boogie)보딩을 즐기는 만능스포츠맨이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